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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INGS/MOVIE

<바스터즈:거친 녀석들>

by Sink 2014. 10. 14.




  저는 그동안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를 본 적이 없습니다. 어떤 스타일이다라는 이야기는 자주 들었고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은 항상 했지만, 막상 DVD 대여점에 갈 때마다 다른 영화들이 눈에 띄어서요. 그러다 드디어 <킬빌>도 아니고 <펄프 픽션>도 아니고 <바스터즈:거친 녀석들>을 봤습니다.

  이 영화를 고른 이유는 사실 중학교 때 친구 한명이 교실에서 이 영화를 상영(!)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수업시간이 길지 않아서 앞의 두 챕터만 보고 끝났지만요. 남녀공학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상영할 작품으로 <바스터즈>를 골랐던 그 친구. 아마 쿠엔틴 타란티노의 팬이던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처럼 제목과 국내 포스터만 보고 다 때려부수는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인줄 알았던가 둘 중 하나겠지요. 후자였다면 꽤 유감이네요. 하필이면 나치들 머릿가죽 벗기는 영화였을 줄이야.

  물론 잔혹성뿐만 아니라 액션보다는 수다가 많은 점이 친구들에게는 꽤나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지만 어쨌거나 저는 엄청 재밌게 봤습니다. 다음 부분이 궁금했지만 청소년 관람불가라 볼 수 없었죠. 왜냐면 TV가 거실에 있었고 보통 제가 영화를 빌리면 가족이 다같이 영화를 보곤 했으니까요. 부모님이면 몰라도 여동생이 있는지라...... 어쨌든 시간은 흘러 제가 성인이 되었고 얼마전 <장고:분노의 추적자>로 쿠엔틴 타란티노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몇 년만에 <바스터즈>를 처음부터 끝까지 봤습니다. 

  우선 그나마 다양한 영어를 접한 뒤 봐서 다행이었습니다. 중학생 때라면 이렇게까지 빵 터지진 않았겠죠. 보는 내내 긴장과 웃음의 연속이었습니다. 또 한스 란다와 술집 장면은 대박이라고밖에 표현이 안되네요. 마이클 패스벤더는 독일 혼혈이라 나치쪽으로 나올 줄 알았는데 영국인으로 나오네요. 술집 막바지에 패스벤더와 정웅인씨 닮은 배우(......)의 기싸움 장면은 정말 최고였습니다. 

  제일 빵터진 장면은 극장에서 한스 란다가 이탈리아어로 바스터즈를 농락하는 장면이었는데요. 네이버 영화에서 명대사를 찾아보니 역시 일라이 로스의 "마르게리따"가 있네요. 이로써 한스는 무려 4개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언어의 귀재 되시겠습니다. 탐정이라 할만큼 뛰어난 두뇌회전도 압권이었습니다만 마지막에 너무 자신의 신병을 허술하게 처리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영화의 일등공신, 다른 출연진도 쟁쟁하지만 역시 크리스토프 발츠의 활약과 존재감은 발군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레드넥이다!(......)를 완벽하게 보여준 브래드 피트도 볼때마다 빵터졌네요. 분명 다른나라 말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우리나라 사투리로 말하는 듯 자동으로 뇌내 번역이 되는게 신기했습니다. 어쨌든 브래드 피트와 패스벤더의 억양, 특히 세 손가락 제스쳐 등은 정말 독일과 미국 문화를 접해보지 않은 관객에게는 꽤나 불친절한 영화입니다. 영어는 그렇다쳐도 미국 남부의 느낌이라던지 독일어, 불어와는 친숙하지 않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그렇구요. 그렇지만 딱 이정도만 알고 보셔도 이 영화의 감동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폭탄같은 영화죠. 터지기까지의 긴장, 터진 후의 쾌감과 더불어 그 우스꽝스러운 상황에 대한 폭소까지 골고루 갖춘 종합 패키지라 할 수 있겠습니다. 간혹 잔혹성 때문에 이 영화를 폄하하거나 또는 그저그런 쌈마이 액션영화라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던데, 그보다는 뭐랄까 블랙유머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영화가 불편하게 느껴지셨다면 아마도 개그를 다큐로 받으신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여하튼 엔딩크레딧이 뜨자마자 친구들에게 권하고 싶은 영화는 정말 오랜만입니다. 페북에도 소개글을 올려볼까 하는 생각도 들고 이 글도 다 보고 30분도 안돼서 다 썼네요. 정말 명작이고요, 꼭 보세요. 지금까지 웃음과 폭탄이 빵빵 터지는 영화, <바스터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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